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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

by 하하하호호호 202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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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서없이 시작하는 새로운 이야기에요. 22년 6월 18일, 제 삶과 평생을 함께 하게 될 아기가 태어났어요. 정확히 말하면 작년 9월부터 시작되었지만 긴 기다림 끝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죠.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엄마 아빠와 인연을 맺고 나와 저도 이렇게 커서 평생을 함께 살아갈 와이프를 만났고, 이제는 저와 보이지 않는 무언가로 연결된 새로운 생명이 탄생했어요. 

 

참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이 하루하루 생겨나고 있어요.

 

저번에 티비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정재승 교수님이 나와 부모의 옥시토신 그래프에 대해 설명한 걸 본 적이 있어요.

"옥시토신"이란 호르몬의 하나로 서로 애정을 느끼는데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해요. 일명 "사랑 호르몬"으로도 불린다고 하네요. 보통 엄마는 아이의 탄생과 함께 남편에 대한 옥시토신이 떨어지면서 아이에 대한 옥시토신은 급상승하고, 반면 아빠는 엄마에 대한 옥시토신은 서서히 떨어지면서 아이에 대한 옥시토신은 서서히 증가한다고 해요. 

 

출처 : SBS 집사부일체

저는 확실히 와이프의 임신기간 동안 저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마음 깊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신기하고 감격스럽긴 했지만 엄청난 애정이 생기는 느낌은 아니었죠. 애정보다는 신기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75일이 지난 오늘을 보니 정말 그래프에서 보여주는데로 옥시토신이 서서히 급상승하고 있나봐요. 어느날 일 끝나고 집에 오면서 아기 사진을 하나 둘 넘겨 보는데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다른 많은 부모님처럼 카카오톡 프로필도 아기 사진으로 올리게 되고 머리 속도 거의 아기로 꽉 차 있어요. 그런데 아이에 대한 옥시토신이 상승하고 있다고 해서 와이프에 대한 옥시토신도 감소하진 않았어요. 하루하루 아기에 온 집중을 쏟다 보니 둘이 함께하는 시간은 확실히 줄었지만 마음 속으로는 평생 와이프가 넘버원이에요. 아니 사실 순위가 의미가 없죠. 가족이 제 삶과 함께 너무 소중하거든요. 요즘엔 아이들과 놀고 있는 부모님들만 봐도 마음이 흐뭇해요.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티스토리는 사실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쌈짓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한 것도 있지만, 쓰다보니 점점 저의 기록을 차곡차곡 모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아기에 대한 카테고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저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7살때 인것 같아요. 친척들이랑 친구들이랑 놀았던 희미한 기억, 그때 다니던 치과 입구 같은게 드문드문 기억나요. 아기때 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지 이번에 태어난 아기를 보면 가끔 궁금하기도 해요. 그래서 이번에 태어난 우리 애기는 자신이 아기때 무슨 생각하고 살았는지 기억을 못할테니 대신 제가 써주려구요. 물론 요즘엔 영상으로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애기를 보면서 느끼는 저의 감정을 적어두는건 또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요. 애기도 커서 이 글을 보면 아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아기를 대하는 와이프의 감정들도 옆에 있으면 다양하게 보이는데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그런 것도 보여주고 싶긴 하네요.

 

저희 애기는 태명이 복덕이었어요. 복 있고 덕 있게 크라는 의미였어요. 복덕이의 예정일은 원래 7월8일이었으나 세상이 빨리 보고 싶었는지 갑작스런 제왕절개로 6월18일 세상에 나왔죠. 얼굴이 양수에 불어서 나왔는데, 너무 작고 연약해 보이는게 막 어떻게 제가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빨리 눈을 한번 보고 싶은데 눈을 안 뜨고 감고 있었어요. 그리고 병원에서 PCR 검사 받고 음성 떠야 출입 가능하다고 해서 다음날에서야 제대로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도 병원측에서 수술 끝나고 와이프는 만날 시간을 조금 여유있게 줘서 누워 있는 와이프 옆에서 장모님께 같이 전화를 했었죠.

이 날 막 와이프 갑자기 수술하러 들어가는데 그때 부모님, 누나, 남동생, 장모님, 와이프 오빠 제가 다 전화했었죠. 정기검진하러가는데 30분 뒤에 아기를 볼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요.

 

이 날부터 정말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 와이프랑 저랑 복덕이 사이에 두고 같이 껴안고 배타고 항해하는 기분이에요. 복덕이는 분명 조리원 나와서 2주 정도까지는 순한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심술궂은 아이로 바뀌어 가더라구요. 육아가 이렇게 힘든 일인 줄 사실 상상도 못했어요. 요즘엔 배고프면 울지 않고 비명을 질러요. 처음 우리 복덕이는 정말 샤프하고 잘생겼었다 생각했는데, 요즘엔 햄스터 해바라기씨 입에 다 넣은 볼을 가지고 있어요. 근데 이거 만지는게 말랑말랑하고 너무 귀여워요. 와이프는 아직 큰 수술이 다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매일매일 복덕이와 함께 씨름을 하고 있어요.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복덕이 옆에서 울었다는데 걱정이 많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복덕이도 좀 눈치가 있는지 엄마 우는 모습 보고 약간 의젓해졌데요. 확실히 제가 느끼기에도 어제보다 매우 순했어요. 하지만 일과 육아가 아무리 힘들어도, 와이프와 복덕이와 함께 하기 때문에 새벽 1시에도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육아  아이템과 느낀 감정들도 열심히 써보려해요. 티스토리 육아 카테고리 서론이에요.

그런데 이제 사실 저도 자야해서 슬슬 글을 갑자기 마무리하려해요. 2시간 정도 있다가 또 분유 줘야하거든요. 위에 사진은 와이프가 만들었던 애착인형과 아기 태어났을때 사용했던 필름카메라를 담은 사진이에요. 새벽에 갑자기 Feel 받아서 구도 잡고 사진 찍었네요. 아기는 호랑이띠고 남자아이라 호랑이 아이템과 공룡 아이템을 찍어봤어요. 저기 노란 코닥 M35 필름 카메라로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저희 첫 가족사진을 시작으로 필름 한통을 다 찍었는데, 필름카메라에 대해 잘 몰랐던지라 사진이 하나도 안찍혔어요 ㅎㅎ 현상 맡기러 갔는데 아저씨가 뭐 찍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필름에 희미하게 잔상만 있었어요. 사진이 안 찍혀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이 노란 카메라를 볼때마다 우리 복덕이가 생각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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